건축의 장면(Frames of Architecture): 영상 매체로 바라본 건축의 새로운 시각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건축의 장면>은 '건축'을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살펴보는 특별한 전시입니다. 일반적으로 건축은 공간예술로, 영상은 시간예술로 분류되지만, 두 영역은 모두 '공간성'과 '시간성'을 중요한 속성으로 공유합니다. 이번 전시는 유명 건축물이나 건축가에 대한 영상은 배제하고, 소비 대상으로서의 '건축물'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로서의 건축에 주목합니다.
전시 개요
전시명 | 건축의 장면 (Frames of Architectu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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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간 | 2024년 11월 22일(금) ~ 2025년 6월 1일(일) |
전시 장소 |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층 전시실 (서울특별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2076, 남현동) |
관람 시간 |
평일(화-금): 오전 10시-오후 8시 토·일·공휴일: 오전 10시-오후 6시(동절기 11-2월) ※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 매주 월요일 휴관(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
관람료 | 무료 |
도슨트 안내 | 매일 오후 2시 운영(월요일 휴관일 제외) |
전시 배경 및 의의
《건축의 장면》은 서울시립미술관의 2024년 전시 의제인 '건축'을 주제로 기획되었습니다. 건축에서 시간성은 공간 안에서 이용자의 동선과 경험을 설계하는 것으로 표현되는 반면, 영상에서는 화면에 보이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퀀스 연결을 통해 기억되는 것들로 하나의 감각적인 공간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물리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카메라의 시선으로 경험하는 공간은 보는 이에게 건축을 새로운 역동성으로 전달합니다. 이 전시는 영상의 제작 주체를 건축가와 미술 작가로 한정해 다른 출발점에서 발생하는 시선의 교차를 보여주며, 세상을 바라보는 창(frame), 즉 '관점'과 '태도'로서의 건축에 주목합니다.
참여 작가 및 주요 작품
이번 전시에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 소장 작가인 모스 아키텍츠(MOS Architects)와 베카 & 르무안(Bêka & Lemoine)을 비롯한 국내외 건축가 및 아티스트 총 8명(팀)이 참여하여 영상, 조각 등 15점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모스 아키텍츠 (MOS ARCHITECTS)
<로맨스 오브 시스템즈>, 2010,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9분 23초
모스 아키텍츠는 뉴욕 기반의 건축 스튜디오로 실제 건축물을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축을 둘러싼 환상, 사유들을 상상하고 실험하며 건축 활동의 경계를 확장해왔습니다. 이 작품은 카메라가 건축모형을 수평으로 쭉 따라가는 롱테이크 기법으로 제작되었으며, 모형의 미니멀한 형태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창문, 굴뚝 같은 건축 요소를 부각시킵니다. 영상에서는 형태(form)와 기능(function)을 중시하는 상반된 입장을 취하는 두 건축가가 토론을 통해 건축 안팎의 논제를 이야기하며, 영상의 마지막은 두 사람의 화합, 즉 로맨스로 마무리됩니다.
박선민 (PARK SUNMIN)
<버섯의 건축>, 2019,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5분 18초
박선민은 초기부터 사진, 공간설치, 영상, 출판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작업하며 건축에도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2017년 일 년간 제주 곶자왈의 숲 속 버섯을 촬영한 영상에 국내외 건축가 13명의 내레이션을 결합한 작품입니다. 땅을 훑는 듯한 시점에서 버섯을 클로즈업해 천천히 이동하는 카메라는 관람객이 마치 곤충이 된 듯 미시세계를 거대한 화면으로 보여줍니다. 영상과 오버랩되는 건축가의 내레이션은 버섯을 건축물에 대한 은유로 상상하게 하는 것을 넘어 생명의 순환구조에 대한 다층적인 사유와 감각을 이끌어냅니다.
박준범 (PARK JUNEBUM)
<마름모 또는 평행사변형>, 2018-2023, 3채널 비디오, 흑백, 사운드, 20분
건물의 신축현장이 내려다보이는 높이에서 3년간 기록한 영상을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관계자가 아니면 들여다볼 수 없는 공사현장이 한층 한층 쌓여 올라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흥미를 유발하는데, 작품의 제목은 높이가 높아질수록 마름모 형태에서 평행사변형으로 변하는 건축물의 단면의 모습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건물 붕괴 사고 뉴스를 접하고 건물을 짓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욕구를 출발점으로 삼아 만들어졌습니다.
<대피소 리허설>, 27분 22초
'20명 정원의 대피소에 50명이 30일간 외부와 격리되어 거주하기'라는 조건을 설정하고 대피소 인근의 청년 6명이 주변에서 재료를 가져와 비상 상황을 대비해 공간을 구획하고 집기를 만들어가는 일종의 '리허설'을 기록한 영상입니다.
이윤석 (LEE YOONSEOK)
<39일간의 철거기록: 청파동 굴뚝건물>, 2021,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1분 31초
이윤석 건축가가 어느 날 출퇴근길에 눈여겨보던 청파동의 한 건물이 철거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과정을 39일간 기록한 영상입니다. 이 굴뚝건물은 1938년 철공소로 지어졌는데 내부 구조를 바꿔 사무실로 사용되다 2020년 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작가는 외부 관찰자의 시점에서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건축가의 관점에서 건물의 구조와 기능을 추측하고 파악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는 건축물을 하나의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느껴지게 합니다.
베카 & 르무안 (BÊKA & LEMOINE)
<오슬라비아 – '과거의 미래'가 잠자는 동굴>, 2021,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7분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듀오인 베카 & 르무안은 이 작품에서 이탈리아의 미래파 화가 자코모 발라가 로마에서 생애 마지막 30년을 보낸 집이자 작업실의 내부를 탐험하는 여행을 담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봉쇄가 절정인 2020년, 베카 & 르무안은 로마의 국립21세기미술관(MAXXI) 전시팀의 초청을 받아 1958년 작가가 사망한 이후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은 자코모 발라의 스튜디오 하우스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의 작품은 건축물 자체가 아니라 건축을 매개로 사람들이 공간 안에서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주목합니다.
홍범 (HONG BUHM)
<순간 #1>, 2024, 4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0분
홍범의 작품은 기억과 공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색해온 작업들을 유기적으로 응집한 최신작입니다. 4채널로 구성된 가로로 긴 화면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회색을 띠고 있으며 화면 안에서 이동하는 불빛은 자연스럽게 관람객 시선의 방향을 안내합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공간은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어디에서도 똑같은 형태로 본 적은 없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기억의 공간들은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우주에서 유영하듯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보비스투 스튜디오 (WOBISTDU STUDIO)
<룬트마할 어라운드>, 2022, 건축적 모션그래픽, 3D 애니메이션, 컬러, 사운드, 8분 8초
시각예술가 박윤주와 건축가 정준우로 구성된 보비스투 스튜디오는 '무덤'이라는 개념을 매개로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세계를 3D 모션그래픽으로 구현한 가상건축으로 보여줍니다. 룬트마할은 '둥글다'는 뜻의 독일어 '룬트(rund)'와 타지마할의 '마할(mahal)'을 조합해 지어진 제목입니다. 영상은 동서양, 시대를 구분할 수 없는 다양한 건축적 양식과 환상적인 색감의 조합으로 초현실적인 이세계(異世界)를 그려냅니다.
나나와 펠릭스 (NANA & FELIX)
<하천가>, 2022-2024, 7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0분 3초
한국과 핀란드 국적을 가진 나나와 펠릭스로 구성된 이 아티스트 듀오는 현대사회에서 건축적 행위가 주로 발생하는 공간인 '도시'의 풍경에 주목합니다. 이들은 수도권 안팎을 흐르는 여러 하천과 강의 모습을 포착해 7개의 모니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오케스트라 같은 인상을 주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지상에서 가장 낮은 시점을 점유하는 강물을 따라 이동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마천루, 다리, 지하철, 도로 등의 풍경을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전시 구성 및 특징
이번 전시는 건축과 연결되는 다양한 주제들을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진 작가 8팀의 작품으로 소개함으로써, 관람객 스스로 건축적 상상력을 확장해보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전시의 제목 《건축의 장면》은 건축의 다양한 장면을 포착함으로써 동시대 건축의 다각적인 고찰을 유도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가 공간에서 신체를 이동하며 포착한 하나의 순간을 필름의 한 프레임(컷)이라 가정한다면, 시공간에 대한 일련의 총체적 경험은 이 프레임들을 연결해 만든 한 편의 영상이라고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전시의 영문 제목에서 프레임(frame)은 영상에서 초당 프레임(fps-frames per second)이라 사용되는 용어에서 볼 수 있듯이 영상의 물리적 최소 단위를 의미하며, 나아가 인류의 삶과 문화의 틀(frame)을 짓는 매개체로서 건축의 특성을 의미합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본 전시와 연계하여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1. 《건축의 장면》 전시 연계 프로그램 <건축적으로 전시보기: 이윤석(참여 작가, 건축가) × 방소연(큐레이터)>
- 일정: 2024년 12월 13일(금) 오후 16시, 12월 18일(수) 오전 11시
- 장소: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층 전시실
- 내용: 전시 참여 작가이자 전시의 공간 디자인을 담당한 이윤석 건축가와 전시를 기획한 방소연 큐레이터의 공동 투어
- 참가비: 무료
2. 《건축의 장면》 전시 연계 <아티스트 토크>
- 1회차: 2025년 4월 16일(수) 오후 2시-5시
-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B1 2강의실
- 참여 작가: 박선민, 박준범, 나나와 펠릭스, 베카 & 르무안
- 진행: 방소연 큐레이터
- 내용: 참여 작가들이 풀어내는 건축의 장면을 함께 살펴보는 시간
- 참가비: 무료
※ 2회차는 2025년 4월 23일(수)에 예정되어 있으며, 나머지 작가들이 참여합니다.
※ 해외 작가는 사전 녹화를 송출하며, 영어 음성 및 한국어 자막으로 진행됩니다.
관장의 메시지
"건축을 건축물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사유의 틀로 보고 다양한 작가들의 시선을 공유하는 《건축의 장면》 전시가 동시대 건축에 대한 이해의 확장을 꾀하고 나아가 관람객들에게 건축적 상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
이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24년 전시 의제인 '건축'과 관련해 개최하는 마지막 전시로, 앞서 '건축' 의제를 다루는 전시 3개(《시공時空 시나리오》, 《길드는 서로들》,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가 순차적으로 개최된 바 있습니다.
관람 안내
- 본 전시는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합니다.
-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으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습니다.
- 구글플레이 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을 다운로드하여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 전시 관람 일정과 관련한 상세한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sema.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소개
남서울미술관은 역사의 정취가 가득한, 오래 머물고 싶은 미술관입니다. 미술관이 둥지를 튼 이곳은 대한제국(1897~1910) 시절 벨기에 영사관으로 사용된 건물(사적 제254호)로, 1905년 회현동에 준공되어 1983년 지금의 남현동으로 옮겨졌습니다. 길게 뻗은 복도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자유롭게 배열된 두 개 층의 방들에서는 다양한 층위의 관람객에 특화된 공공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