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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전시정보

by 스튜디오_작 2025. 4. 2.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기록과 기억의 흐름을 담은 예술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열리는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전시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기록이 현재와 미래로 흘러가는 살아있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2025년 3월 6일부터 7월 27일까지 약 5개월간 진행되는 이 전시는 예술을 통해 사회적 기억과 아카이브의 가치를 재조명합니다.

전시의 의미와 배경

전시의 제목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유명한 명제 "똑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는 모든 것이 변화하고 흐른다는 의미로, 전시는 기록과 기억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임을 시사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25년 주제기획전으로 이 전시를 기획했으며, 기관의 핵심 의제인 '행동'과 연계하여 아카이브 기반의 미술과 민간 아카이빙 활동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이 전시는 단순한 자료 전시가 아닌, 예술가들의 해석과 창작을 통해 아카이브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참여 작가와 협업 기관

이번 전시에는 권은비, 김아영, 나현, 문상훈, 윤지원, 이무기 프로젝트, 임흥순, 타카하시 켄타로 등 총 7인과 1팀의 작가가 참여합니다. 이들은 아카이브 기반의 작업을 영상, 사진, 설치 작품으로 표현하며 기록과 기억의 다양한 층위를 탐색합니다.

또한 제주4·3평화재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 등 중요한 민간 아카이브 기관들이 협업하여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기관 아카이브와 예술적 실천이 만나는 접점을 창출합니다. 이러한 협업은 공식적인 역사와 비공식적 기억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다양한 관점에서 사회적 기억을 재구성하는 데 기여합니다.

전시 개요
전시명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기간 2025년 3월 6일 ~ 7월 27일
장소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참여 작가 권은비, 김아영, 나현, 문상훈, 윤지원, 이무기 프로젝트, 임흥순, 타카하시 켄타로
협업 기관 제주4·3평화재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
관람 방법 예약 없이 관람 가능,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을 통한 음성 해설 제공

전시 구성: 세 개의 파트

전시는 '지연하는 기억', '목격하는 기록', '던져지는 서사'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기록과 기억의 서로 다른 측면을 조명합니다.

1. 지연하는 기억 (Deferred Memory)

이 섹션은 기록이 과거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재구성되고 개입되는 창의적 실천임을 보여줍니다. 프로이트의 '지연된 사후작용' 개념과 연결되는 이 파트는 과거의 기억이 현재 경험에 따라 변화하고 확장됨을 시사합니다.

이 파트에서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가족운동 자료와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의 1990년대 여성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기록이 동시대 예술 작업과 결합하여, 과거와 현재가 중첩된 기억의 층위를 형성하는 방식을 탐색합니다.

2. 목격하는 기록 (Witnessed Record)

이 섹션은 억압된 사건과 대상이 기록을 통해 생생하게 현재화되는 과정을 다룹니다. 기존의 역사 서술이나 진상 규명을 넘어, 기록을 공유하는 공동체적 경험을 통해 정서적 연대와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냅니다.

한국 사회에서 오랜 기간 침묵을 강요받았던 제주4·3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상 규명 과정을 제주4·3평화재단,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기록으로 살펴봅니다. 제주4·3의 진상규명을 위한 법적·사회적 투쟁의 흐름이 재일 제주인의 삶으로 확장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최초의 증언자를 추적한 사진 작업을 통해 다시금 우리의 시선 속으로 들어옵니다.

3. 던져지는 서사 (Projected Narrative)

이 섹션은 아카이브가 단순한 과거의 표상이 아니라 권력 구조와 선별 과정을 내포하는 제도적 장치임을 비판적으로 조망합니다. 이 파트는 아카이브의 공백과 한계를 드러내고, 제도와 사회가 침묵하는 영역에서 새로운 서사를 직조하는 '반아카이브적' 전략을 탐색합니다.

국가와 민족 개념, 플랫폼 노동, 재난과 참사라는 이질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각각의 작업은 기존 기록이 담아내지 못한 중간 영역을 파고듭니다. 국가 권력에 의해 선별된 기록의 이면을 밝히거나,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노동 문제를 사변적 픽션으로 재구성하며, 기존 재난 담론이 포착하지 못한 여러 층위를 구술 퍼포먼스로 가시화합니다.

주요 작품 소개

권은비 - '폐허의 잔해로 직조한 시' (2025)

권은비 작가는 구술 직조 퍼포먼스를 통해 기억과 기록의 방식을 탐구합니다. 이 작품은 파편화된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새로운 서사를 직조해내는 과정을 시각화합니다. 퍼포먼스는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닌,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재해석하고 미래로 연결하는 창의적 실천을 보여줍니다.

김아영 - '딜리버리 댄서의 구' (2022)

김아영 작가는 디지털 플랫폼 노동의 현실을 사변적 픽션으로 재해석합니다. 이 작품은 현대 사회의 노동 구조와 그 안에서 잊혀지는 개인의 이야기를 아카이브의 형태로 구성하여, 기존 기록 체계가 포착하지 못하는 영역에 주목합니다.

임흥순 - '바다' (2023)

임흥순 작가의 작품은 역사적 사건의 기록과 개인의 기억 사이의 간극을 탐색합니다. 특히 집단적 트라우마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그것이 세대를 넘어 전승되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타카하시 켄타로 - '곁에 머문 부재'

일본 작가 타카하시 켄타로는 부재와 존재의 경계에서 기록의 의미를 탐구합니다. 그의 작품은 역사적 사건의 흔적과 개인의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국경과 민족을 넘어선 공감과 연대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이 더욱 깊이 있게 전시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합니다.

  • 권은비 작가의 '폐허의 잔해로 직조한 시' 구술 직조 퍼포먼스: 기억과 기록의 방식을 퍼포먼스로 경험
  • 이무기 프로젝트의 '트랜스-젠더-시간-지도' 렉처 퍼포먼스: 성 정체성과 시간, 공간의 관계를 탐구
  • 참여 작가와 협업 기관과 함께하는 대화 프로그램: 작가들의 작업 과정과 협업 기관의 아카이빙 활동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단순한 전시 감상을 넘어, 기록과 기억의 의미에 대해 함께 사유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미술관장의 메시지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사회적 기억을 능동적으로 형성하는 '기억기관'으로서, 이번 전시를 통해 기록에 대한 연구, 보존의 가치를 전달하고, 과거와 현재의 기록이 재구성, 재해석되는 과정과 아카이브 그 자체가 지닌 의미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습니다.

관람 정보

이번 전시는 예약 없이 관람이 가능하며,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 해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아카이브와 예술이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우리의 기억과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기록은, 강물처럼 끊임없이 흐르고 변화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기록의 흐름 속에 우리 자신을 비추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